농인, 농아인, 농정체성, 농문화, 농사회

농인,농아인

농인, 농아인, 농정체성, 농문화, 농사회는 무엇일까요?

농인은 보이는 언어, 수어(수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농인, 농아인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사회를 형성합니다.

농인, 농아인이란?

농인, 농아인이란, 청각에 장애가 있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 주로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한국에서의 농인은 의학적 관점에서 ‘청각장애인’, 문화-언어학적 관점에서 ‘농인, 농아인’이라고 말합니다.
‘청각장애인’은 ‘듣는 사람-청인’ 사회에서 그들을 대상화 한 것입니다. ‘농인, 농아인’은 농인 당사자들의 정의로 농인들은 농인, 농아인으로 부르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농인들은 다른 장애 영역의 사람들과는 다른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수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같은 농인들과 함께 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농사회 안에서 ‘청각장애’는 농인을 제대로 설명하는 용어가 아닙니다. 농인은 ‘보는 사람’, 청인은 ‘듣는 사람’, 농인은 세상을 눈으로 살고, 청인은 귀로 세상을 사는 사람입니다.
청인도 눈으로 세상을 경험하지만 청각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습니다. 농인들은 수어,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모였을때 듣지 못해 생기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청인들은 농인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잘 보는 사람’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농인은 언어와 문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같은 문화와 언어를 가진 집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계승하는 사람입니다.
이는 모든 차별과 편견을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입니다.

농정체성이란?

정체성이란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러한 성질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를 말합니다.
나와 타인과의 동질성과 차이성을 인지하고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모든 과정을 정체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농정체성은 문화 정체성 또는 민족 정체성과 견줄 만한 의미를 가집니다.

농인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고유의 언어 수어가 있기 때문에 농인 동료가 청인 가족보다 더 가까운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농인에게 ‘청각장애’는 농인이 되는 기본 요건이지만, 잔존 청력정도가 농정체성을 가르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농인들 중에는 수어로 소통하는 사람과 말, 구화로 소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잔존 청력이 있지만 농학교를 졸업하기도 하고, 청력이 거의 없음에도 통합교육을 받는 이들도 있습니다.
잔존 청력이 남아 음악을 즐기더라도 그를 농인이 아니라고 하지 않습니다. 농정체성 형성에서 중요한 것은 시각적 삶의 경험입니다.
이는 듣지 못하는 결핍이 아닌 보는 방식의 삶을 말합니다.
농인은 청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스스로 청각장애인이라 부르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를 표현할 때 ‘농인’이라고 소개합니다.
농인들은 농학교, 농교회 등 공동체에서 성장하여 자연스럽게 농정체성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 공동체를 알지 못하거나 속하지 못한 이들은 구화주의 교육, 통합 교육, 한국어를 제1언어로 하여 성장하며 장애 정체성을 갖게 된다.
정체성은 자신의 환경과 내부의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형성됩니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이가 스스로 자신을 ‘농인’이라고 결정하고 농사회에 들어가 심리적 둥지를 트는 것 입니다.

농사회와 농문화

농사회, 농문화는 농인의 사회, 농인의 문화입니다. 의학적인 관점에 청각장애인은 결함을 가졌지만, 문화적 관점에서 농인은 결함을 가진 존재가 아닙니다.
농인은 자신의 환경을 시각적 방식으로 다루는 사람입니다. 시각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며, 세상을 눈으로 이해하고 눈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수어를 사용합니다.
농인들은 소리가 정보가 되고, 청력이 기득권이 되는 듣는 문화권에서 청인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자신과 다른 가치관과 문화가 서로 충돌하며, 자신의 문화를 더욱 분명히 자각하고, 청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지식을 축적합니다.
또 이러한 경험들을 농인의 방식, 수어와 수어 문학을 통해 승화하며 농문화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농인들은 수어라는 학습 도구가 있지만 청인 세계에서 구화 교육을 강요받고 농문화를 억압받았습니다.
농교육의 현장에도 수어를 구사할 수 없는 청인 교사들이 많고, 농인들은 지식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채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학교라는 농문화의 요람에서 형성한 농정체성과 수어 구사력, 농공동체들 덕분에 농인들은 청인 세계에서 농인의 정체성을 잃지않고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농인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인생이 곧 농사회, 농문화, 농역사입니다.

농문화는 청인 사회에 살아가는 농인의 생존기입니다. 농인들은 청인과 함께 살아가며 농인만의 특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 수어가 있으며, 수어는 농문화의 특질을 이루는 핵심이며 문화를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입니다.
인간으로서 농인은 여러 문화를 누리고 소통할 수 있지만, 청인의 문화를 잘 다룬다고 하여 이를 ‘농문화’라고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농인이 글로 된 시를 읽고 감흥을 느끼는 것은 청인 문화를 즐기는 것이고, 농인이 수어시 공연을 보고 감동과 희열을 느끼는 행위가 농문화를 누리는 것입니다.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농아인협회는 농아인에게 사회ㆍ교육ㆍ문화ㆍ의료 등 전반에 걸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단법인단체입니다.
농사회 및 농문화 발전을 위해 1946년 창립하여 농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권위 향상을 힘쓰고 있으며,
농인이 각계각층의 분야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며, 농인이 살아가기에 불편함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